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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지 2013년 12월호] 이상일 비평 – 장애의 극복과 예술창조의 예증(例證) <휠체어 무용이야기>

2013년 11월 8일 <휠체어 무용이야기> 중 “산다는건..”의 한 장면

‘2013 (사)빛소리친구들의 정기공연이라면 그냥 평범한 무대 한판 놀이쯤으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빛소리친구들(대표 최영묵) 하면 조명음향 기획사로 잘못 알아듣기 쉽지만 이 단체는 ‘장애인 무용공연예술’ 활성화를 표방하는 예술단체다. 우리가 모르는 동안에 Fun&Art Company의 <한국장애인 무용 현황과 미래> 심포지엄(2011년 3월 12일) 결과보고서도 나와있는 실정이다.

<휠체어 무용이야기>(2013년 11월 8일(금), 일산 아람누리 새라새극장)라고 해도 감 잡기는 쉽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애인예술가라고 해서 스타로 탄생될 수 없다는 편견은 이제 시정할 때가 되었다. 대중 가수들 가운데는 이미 장애를 넘어선 스타가수들을 만날수 있다. 그러나 몸으로 표현해야하는 무용예술분야에서는 아직 스타급 장애인들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장애를 극복한 무용예술가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우리 문화예술계가 성장해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KBS 일요프로 <강연100도C.>에서 휠체어 무용가 김용우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현실적으로 그의 공연이 가능할까 의심했던 나는 확실히 기성관념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휠체어 무용이야기>의 세 작품 가운데 <화랑! 검의 노래>에서 김용우만이 아니라 김정훈, 전승훈, 최종철이 휠체어 신세를 지면서 S.P. 김진구, 정문주, 박소영, 황인정 등과 함께 쌍무로, 4인무로, 군무로 입체를 이루며 무대를 누비고 신라 황창랑의 전투 장면까지 형상화 해낸다. 표현 못할 영역이 없는 것이다. 장애는 불편일 뿐 예술창조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이들은 다른 무용수들과 함께 무용구도(構圖)의 요소와 그 일각을 받쳐주며 불비한 다리 대신에 팔 동작과 몸 움직임으로써 무용예술을 만들고 있었다. 안무의 이애현은 검무의 기원이라는 황창랑 모티브를 넘어서서 작품 <산다는 건…>에서는 전통예능인 남사당패의 민속놀이적 요소(줄타기, 버나, 살판, 덧뵈기 등)마저 도입하여 장애를 넘어선 남녀와 우리 공동체의 삶의 의식을 고양시킨다. 상모돌리기나 무등태우기 같은 남사당패의 고예기술은 사회적 핍박의 마이너스 역발상(逆發想)을 가면과 장애예술가들의 역경에 대입시키고 삶의 중압을 경량화시키려는 몸부림이다.

인생을 줄타기로 비유하는 이 집단놀이가 빛소리친구들의 의향대로 예술작품으로 살아남으려면 보다 집약적이고 단순화되는 안무의 과정을 거치면 될 것이다. 그만큼 장애를 통한 예술정신의 성장에 대해서 우리는 미래를 낙관할 수 있다.

<어머니의 하루>(안무 이미경)는 장애예술가가 동참하지 않은 대구팀의 공연이었지만 장애인 의식을 작품 가운데 녹여 놓은 현대무용이다. 시각장애를 앓는 아이를 가진 어머니의 하루를 통해 장애인과 그 주변 부모형제들과 이웃공동체가 서로 돌보며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는 예술형식은 인간의 박애정신과 상통한다.

전통무용에서 현대무용 및 발레 분야까지 확대되는 불가능의 가능은 이제 음악, 미술만의 개인 작업만이 아니라 무용, 연극 같은 종합예술 분야에서 더욱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새로운 예술사조, 예컨대 융복합, 콜라보레이션 형식으로 확대되면서 다른 장르, 곧 디자인, 패션, 영상 조명 등등 분야에서도 장애를 넘어선 예술창조가 이루어지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출처 : 몸지 2013년 12월호 (vol.229) – 이상일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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